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 여섯 시, 강남 루미에르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 시점에 방문하는 손님은 대체로 퇴근 직후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는 쪽이 많고, 아직 공간 전체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초저녁 특유의 여유로운 공기가 이 시간대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자리를 고르는 폭도 이때가 가장 넓다.
자정을 넘어서면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다른 자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들르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공간의 에너지가 한 단계 올라가고, 010-2170-4981로 미리 연락해 둔 인원에 맞춰 자리가 빠르게 채워지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이 무렵부터는 미리 예약하지 않은 손님이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새벽 다섯 시를 넘기고도 이곳은 문을 닫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매장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650-1이라는 자리에서, 밤을 새운 손님들이 이른 아침까지 자리를 이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강남권 매장이 문을 닫는 시간에 오히려 손님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곳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든다. 새벽 공기와 함께 이어지는 대화는 초저녁과는 전혀 다른 결을 띤다.
오전을 지나 정오 무렵이 되면 손님 구성도 확연히 달라진다. 밤새 이어진 자리를 마무리하려는 이들과, 이른 시간에 짧게 들르려는 이들이 뒤섞이면서 전날 저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에도 여전히 대화가 이어지는 광경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밤과 아침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 순간이 오히려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반응도 있다.
결국 다음 날 오후 세 시가 돼서야 하루의 문이 닫힌다. 저녁 여섯 시부터 스물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이 긴 흐름 안에서, 언제 들어와 언제 나가든 강남 루미에르는 그 시간에 맞는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남는다. 하루 중 문이 닫혀 있는 세 시간을 빼면 사실상 쉬지 않는 매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긴 하루를 지탱하는 것 자체가 이 매장의 뚜렷한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